[입장]행정 편의주의적 보건복지부의 심리 지원 안내 유감

2025-09-21

행정 편의주의적 보건복지부의 심리 지원 안내 유감


안녕하십니까? 

9월 둘째주부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보건복지부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 이란 곳으로부터 ‘이태원 사고 심리지원 안내’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유가족이 ‘사고’라는 표현에 항의하자 16일부터는 ‘진상규명법에 따라 이태원 참사로 명칭을 변경하여 재안내’한다며 또 다시 문자를 보냈습니다.

해당 문자에는 서비스 제공 안내를 위해 “전화로 곧 연락드리겠다”는 문구와 함께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전문가 상담을 위해 연락할 수 있는 통합심리지원단 담당자 및 국가트라우마센터,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연락처와 마음건강검사 링크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문제는 해당 문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9월 17일 통합심리지원단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유가족들이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는 점입니다. 갑자기 걸려온 낯선 사람의 전화에 ‘잘 지내고 있냐’, ‘불편한 곳은 없냐’는 일방적 질문을 받아야 했습니다. 또한 업무 중이라 전화를 못받은 경우에는 다른 가족에게 연락해 ‘연락이 안 되는 다른 가족은 무슨 일 있냐’ 대뜸 묻거나 ‘희생자의 형제자매들에게도 연락이 갈거다’라고 하는 등 당사자 동의와는 상관없는 연락으로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유가족 심리 상담 관련 안내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갑작스러운 전화가 적절한 방식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입니다. 정부는 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재난참사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는 일반적 사실에 기초해 연례행사처럼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이재명 정부는 재난참사 피해자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습니다. 이러한 연장선 상에서 이번에는 문자에 그치지 않고 전화안내까지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화를 받는 유가족 당사자들이 느낄 당혹감과 곤란함까지는 고려하지 않은 조치였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정부가 앞에서는 피해자 지원을 말하면서도 실상은 유가족들이 느끼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벼이 여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트라우마 심리 상담 및 치료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동의를 했는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입니다. 이를 무엇보다 잘 알고 있을 심리지원단에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갑작스러운 접촉을 한 것입니다. 특히나 그러한 접촉이 심리지원은커녕 도리어 2차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의 심각성을 느낍니다. 따라서 이번 일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기인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가족들의 심리지원을 살피겠다고 정부측에서 전화를 걸어 온 것은 참사 발생 3년 동안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제와서 갑작스러운 안내 전화를 한 번 했다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과 같은 행정편의 위주의 접근법으로는 재난참사 피해자들의 호응은커녕 반감만 살 뿐입니다.

 

이번 일을 통해 한국 정부의 심리지원 서비스가 행정편의적 접근법을 벗어나, 재난참사 피해자의 필요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당사자 중심 지원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