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당일 구조·구급은 왜 지연되었는가

무슨 일이 있었나 


“너무나 외로웠습니다”
19년차 소방관의 국정조사 증언 


계속된 112신고가 경찰에 의해 무시되던 중 22시 15분 119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주셔야 될 것 같아요. 사람이 압사당하게 생겼어요. 많이 다쳤을 거예요.” 용산소방서가 바로 출동했지만 도로가 통제되지 않은 탓에 22시 29분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구조대는 후면 골목에서 구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최초 신고 이후 소방은 경찰, 서울시, 용산구청 등 유관기관에 협조요청과 상황 전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인파관리가 임무인 경찰 경비기동대는 1시간도 훨씬 지난 23시 33분에 출동하여 23시 40분에야 도착했습니다. 서울시는 23시 55분이 돼서야 재난문자를 발송했고 용산구는 그보다 더 늦은 0시 11분에 첫 재난문자를 발송했습니다.


“소방관들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없었고 구조한 사람들을 놓을 장소조차도 마련되지 않을 정도로 인파들이 통제되지 않았습니다.”


방치된 현장, 우왕좌왕하는 사이 지체된 구조·구급


23시 22분경 끼임 상태가 해소되자 수백 명의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고 심폐소생술 환자는 계속 증가했습니다. 심폐소생술 환자가 너무 많아서 현장 인력은 역부족이었고 구급차와 구급대원들의 진입도 어려웠습니다. 22시 42분 처음 도착한 종로119안전센터 구급차는 23시 25분에야 부상자를 싣고 병원으로 출발할 수 있었고 23시 49분 종로 소재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10월 30일 0시 55분 대통령은 경찰청장에게 “핼로윈 사고 신속 구급치료 및 구급차 통행로 확보 만전”을 지시했고 1시경 현장응급의료소가 설치되었습니다. 지시가 늦어진 만큼 구조구급도 지체되었습니다.


문제는 이것


중대본은 늦었고 중수본은 없었다
사라진 조정 역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서울시와 용산구, 경찰과 소방, 의료와 보건 등 구조구급을 위해 정부의 각 기관과 기능을 조정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10월 30일 새벽 2시 30분 이후에야 중대본이 가동되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서 설치해야 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설치되지 않았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참사 초기 85분 동안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재난안전법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동안 구조구급은 난항을 겪었고 수습은 지체되었습니다.


조사합시다


현장에서 구조·구급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당시 구조구급과 관련하여 현장에 누가 있었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피해자들에게는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소방의 거듭된 요청에도 경찰은 대응하지 않았고 경비기동대는 뒤늦게 도착했습니다. 경찰, 소방, 의료 등의 기능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협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기관 간 누가 누구에게 어떤 내용을 요청했고 왜 조치되지 않았는지, 현장 구조구급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나요?


재난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압사 사고는 행정안전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이 됩니다.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은 중대본과 별개로 중수본을 신속하게 설치, 운영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정조사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중수본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 중대본을 구성했다고 대답했고 중대본은 다음 날 새벽이 되어서야 가동되었습니다. 이상민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가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행안부 장관으로서,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으로서 무엇을 했는지, 참사 대응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조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