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는 다양합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159명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 참사 현장에서 신체적·심리적 부상을 입은 생존자와 구조자. 참사의 기억을 갖고 참사 이후의 이태원에서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지역주민, 상인, 노동자. 그리고 이를 목격해야 했든 모든 사람들까지, 10.29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입니다.다양한 피해자에게 공통적인 것은 이들 모두가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단지 운 나쁘게 현장에 있었던, 사고에 휘말린 사람이 아닙니다. 재난참사와 그 이후의 과정에서 존엄을 훼손당한 이들입니다. 그렇기에 피해자가 권리의 주체로서 다시 존엄함을 찾는 것은 피해자 자신을 위해서도,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피해자 권리의 보장은 재난참사를 더 잘 이해하고 모두가 존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열쇠입니다.국제적으로는 2005년 유엔이 피해자 권리장전을 통해 정의에 대한 권리, 진실에 대한 권리, 피해회복에 대한 권리를 규정하여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피해자의 권리는 단지 지원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재난참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 받고 진상을 알 권리, 차별과 혐오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온전한 기억·추모·애도의 권리, 추모사업·공동체 회복 등 재난참사 이후의 과정에 참여할 권리, 정당한 배상과 보상을 받을 권리, 이들 권리 모두가 피해자가 존엄을 되찾기 위해 필요합니다.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의 법과 제도는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난과 피해자 지원에 관해 기본법 역할을 하는 <재난안전법>과 <재해구 호법>은 재난을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지 못하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 역시 물질적 구호에 한정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그래서 세월호참사 이후 피해자를 보다 구체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법은 기존의 재난 관련 법들에 비해 피해자 지원에 있어서의 원칙을 규정하고 피해지역에 대한 지원과 공동체 회복까지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피해자의 권리가 구체화되지 않고, 진상규명과 이후의 대책에 대해서는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따로 나뉘어 제정된 한계가 있었습니다.피해자 지원과 진상규명 모두가 피해자가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입니다. 그렇기에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10.29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진실, 정의, 회복이라는 피해자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받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피해자가 권리의 주체로서 존엄을 되찾고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앞선 진상조사 과정에서 미처 다 밝히지 못한 과제를 포함해 특조위가 반드시 조사하고 밝혀야 할 과제들에 대해 충실히 역할을 수행하길 바랍니다.